기사제목 [건강칼럼] 감기 걸리면 항생제?…건강에 직접적 독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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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감기 걸리면 항생제?…건강에 직접적 독이 될 수도

기사입력 2024.06.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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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이 개발돼 2차 세계대전 중 많은 부상자의 생명을 구하면서 항생제는 기적의 약으로 불렸다. 이후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조만간 세균성 질환을 정복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성균으로 인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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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항생제를 투여하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들이 선택적으로 살아남고 증식하면서 항생제 내성균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량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으며, 항생제 오남용 문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벼운 감기에도 왜 항생제를 복용하는 일이 많을까?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함께 먹어야 중이염이나 폐렴으로 진행하지 않고 감기도 빨리 낫는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일 수 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 문제는 나중에 남에게 닥칠 문제일 뿐, 지금 항생제를 먹는 것이 나와 가족의 세균감염 위험을 줄여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세균성 감염이 의심되지 않는 단순 바이러스 감염일 때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 설명을 듣고도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 경우도 있다. 정말 단순 감기에도 항생제를 일찍 자주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혹시 항생제 남용이 나와 가족의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닐까?
 
◆ 항생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항생제는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을 죽인다. 해로운 균만 죽이면 좋겠지만, 유익한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에 존재하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군이 항생제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유익하지 않은 균이 더 많이 증식하게 된다.
 
이러한 불균형이 우리 몸의 소화 과정과 물질대사 과정에도 나쁜 영향을 끼쳐 비만이나 당뇨 등 대사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영유아 시기부터 감기나 중이염에 걸렸을 때 항생제 처방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태어난 지 두 돌이 되기 전에 다양한 항생제를 사용할수록, 또 총사용기간이 길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40% 이상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냈다. 소아뿐 아니라 성인에서도 항생제 누적 처방 기간이 길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았다.
 
◆ 항생제와 소화기 암·치매·우울증의 관계
장과 뇌는 서로 양방향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내 미생물군이 신경, 내분비, 면역체계를 통해 중추신경계와 연결되어 뇌 기능에 영향을 끼친다.
 
미생물군–장–뇌가 한 축을 이룬다는 새로운 개념에서는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가 불안, 기분, 인지 변화와 관련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군 불균형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항생제의 남용이 치매나 우울증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우리나라 성인 20만 명 이상 대상 연구를 살펴보면, 항생제 미처방 그룹에 비해 항생제 처방 기간이 길수록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생제를 남용하면 불안과 우울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는 소화기암 발생 위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50세 이전에 항생제를 사용한 이력이 있을 때 결장암 발병 위험이 4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국내 성인에서 5년 동안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군에 비해, 항생제 누적 처방일수가 365일 이상인 군의 폐암 발생 위험은 21%로 더 높게 나타났다.
 
미생물군–장–폐가 한 축을 이룬다는 이론에 따르면 장 및 호흡기 내 미생물들의 불균형은 폐암을 포함한 폐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항생제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갑상선암과 전립선암 발생 위험도 올라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는 항생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주며, 인지기능이나 정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게다가 항생제 남용은 소화기암이나 폐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생제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적응증에 맞게 득실을 고려하여 적절한 기간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면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해 미래 세대에도 큰 피해를 끼치지만,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글 :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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