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기존 세계 경제 질서가 불확실성 속으로 빠지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부도 위험에 처했다. 그나마 현상 유지하던 대부분 기업도 매출 감소 등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순환 시스템에서 한 곳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소상공인과 국민에게 이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공여 등 국정농단 관련 특검 수사는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이듬해 수감 되었고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에는 항소심에서 유죄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그렇게 약 1년의 구속 뒤 석방과 파기환송심까지 5년에 걸쳐 사법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모든 게 제 잘못이다."라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해 계열사별 투명경영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이 부회장은 총수 부재로 인한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승계해 32년간 삼성을 일군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이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재계 리더로서 이건희 회장의 부재(不在)는 매우 크다. 이제 이 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
다행히도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2020년 잠정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35조9천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46%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파운드리 사업 부문 등 열세 분야까지 빠르게 회복해 236조2천6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수준을 넘겼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0 산업 연구개발(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기준 R&D 투자액이 약 21조 원에 달했다. 이는 애플과 인텔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차세대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의 향후 실적은 매우 낙관적인 결과가 전망되기도 하지만 월등한 기술적인 우위 확보 등 초격차가 아닌 이상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약 30년 만의 초고속 성장으로 한국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기지로 변모시킨 삼성. 무노조 경영 논란과 정경유착 등 ‘투명경영’ 문제는 늘 숙제였다.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은 이러한 기업의 경영 시스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와 맞물려 사법부 역시 기업의 준법경영이 재판부에 양형을 얻어내는 조건이 되도록 한다는 건 잘못된 지적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정치적 목적달성에 동원되어 사업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애국자는 누구인가! 미 중 무역 분쟁 여파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