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감하고 자신의 몫까지 이웃에 봉사해 달라는 유언을 친구들에게 남긴 유준범 씨가 지난 22일 오후 삼성 서울병원에서 21세 꽃다운 나이에 눈을 감았다.
그는 유언장을 통해 "너희는 세상에서 빛이 되고 나는 밤하늘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히자."라는 글로 고교 친구들에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꿈을 대신 이루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하늘에 별이 됐다.
빈소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거 어르신 돕기에 동참하고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한 소아암 병동에서도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며 그림 그리기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등학교 선배인 백선기 칠곡군수가 먼저 빈소를 찾아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했다. 백 군수는 "숭고하고 고귀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라며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강조했던 나눔과 이웃사랑 정신의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백 군수를 시작으로 지인들과 친구들의 조문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군복을 입은 현역 사병이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빈소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그는 유 씨와 가장 가까운 친구로 조문 후 즉시 복귀한다는 조건으로 부대장의 승인을 얻어 경기도에서 승용차로 5시간을 달려왔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의 조문을 마치고 바로 부대로 복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버지 유희선 씨는 "아들은 자신의 소원처럼 하늘에 별이 되어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출 것이다."라며 "함께 슬퍼해 주시고 추모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아들의 뜻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