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건강칼럼] 그린슈머, 플로깅, 비치코밍, 에코워리어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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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그린슈머, 플로깅, 비치코밍, 에코워리어가 뭘까?

기사입력 2022.02.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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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에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기후위기 경각심과 개인의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친환경 마케팅은 세계적인 메가트렌드 중 하나다.
 
◇ 친환경이 전 산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현상을 이해하려면 우선 배경부터 알아야 한다. 1997년 지구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에서 채택된 '교토 의정서'에 따라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있다.
 
기준치보다 높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돈으로 사야 한다. 이를테면 현대제철의 2020년 영업이익은 720억 원이었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탄소 배출권 구매 비용이 1521억 원이었다. 그 밖에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많은 기업이 수백억 원대 온실가스 부채를 지고 있다.
 
게다가 2022년부터는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2조 원이 넘는 상장사는 환경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앞으로는 2조 원 이하의 기업들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또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환경 관련 기회·위기 요인 및 대응계획, 노사관계·양성평등 등 사회 이슈 관련 개선 노력 등 지속가능 경영 관련 사항을 담은 보고서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기업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얼마나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이익을 몇몇 개인이 독식하지 않는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는 매우 큰 지각변동이다. 상장기업의 ESG 보고서가 주가나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환경 관련 위기감은 한껏 치솟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SG를 중요한 잣대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기업의 ESG 대응이 주가 상승이나 하락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4,12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ESG 경영을 충실히 한 기업은 영업실적과 주가 하락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는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미디어는 철저히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웬만한 규모를 갖춘 기업은 친환경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를 대대적으로 미디어에 홍보한다. 이런 기업의 행보가 친환경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메가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 가치 소비를 하는 MZ세대가 친환경 여론을 주도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에 매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의 성향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MZ세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함께 일컫는 용어다. MZ세대에게 소비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 취향 등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기도 하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 MZ세대는 윤리적인 소비나 환경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그린슈머'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생태·환경 카테고리 도서 판매량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217.5%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 중 친환경 도서인 제로 웨이스트 관련 도서는 2030 세대의 구매율이 51.7%로 가장 높았다. MZ세대는 인터넷 사용이 가장 활발하며 가장 능숙하기에 사실상 네트워크상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의식하여 기업들은 친환경 행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고,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고 있다. 제품 포장재 또한 재활용된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 운동복 브랜드와 H&M, 자라와 같은 패션 브랜드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활용 섬유로 의류를 만들고 있다. 아웃도어를 생산하는 파타고니아,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헤지스 등도 폐페트병을 활용한 의류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 또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라벨을 없앤 음료 제품을 판매한다. 코카콜라와 아이시스 생수, GS 편의점의 PB생수, CU의 PB생수에는 라벨이 없다. 매일유업은 요구르트와 우유 일부 제품에서 빨대를 없앴다.
 
많은 기업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환경부가 전개하고 있는 '고고 챌린지(GoGo Challenge)'에 동참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올려 환경보호 실천을 약속하는 것이다.
 
◇ 가짜 친환경 마케팅, 그린워싱
기업이 친환경 행보를 하는 것은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 가능 경영 등 여러 가지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붙여 마치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듯하지만, 실상은 ESG 경영을 해야 주가가 오르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막상 친환경에 전면적으로 나서려니 비용이 부담되는 일부 기업은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기도 한다. 친환경을 뜻하는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이 합쳐진 용어다.
 
실제로는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환경을 해치면서도 친환경이라는 ‘가면’을 쓰고 허위·과장 광고나 선전을 하는 ‘위장 환경주의’ 또는 ‘친환경 위장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음료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했지만,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애당초 비닐백(plastic bag)이 개발된 이유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포장재와 완충재를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꾸었지만, 이 역시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 그러나 기업들은 종이를 써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한다.
 
일반적인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분해되는 플라스틱 혹은 비닐백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기업 중 일부도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 탄산칼슘을 섞어 만든 플라스틱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햇빛이나 열 또는 마찰로 잘게 부서지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돌가루를 섞어 만든 이런 재질은 재활용할 수 없기에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품으로 분리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재활용 단계에서 분류가 어려워진다. 그냥 버리자니 쓰레기가 늘고, 재활용도 하지 못해서 친환경은 커녕 오히려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꼴이다.
 
◇MZ세대 상당수는 에코워리어
MZ세대는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들을 감시하고 계속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기업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에 사활을 걸고 있기에 비판에 민감하다. MZ세대는 그린워싱 기업은 친환경이라는 거짓말을 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진실한 친환경 기업들은 제대로 인정을 못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
 
환경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일례로 ‘플로깅(plogging)’이 있다. ‘이삭을 줍는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달리기(jogging)가 합쳐진 말인데, 달리기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줍다와 조깅을 합쳐 '줍깅'이라고 한다.
 
네이버에서 '플로깅'을 검색한 횟수는 작년 대비 1000%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시국임을 감안 기업에서도 각자 원하는 곳에서 플로깅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에 사진을 공유하는 행사를 간간이 열고 있다.
 
'비치코밍(beachcomb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이 합쳐진 말인데, 바닷가로 밀려든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일컫는다. 바닷가에 가서 휴식이나 해양스포츠를 즐기면서도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관련 행사도 종종 열린다.
 
친환경 거래를 위해 중고거래를 하는 MZ세대도 많다. ‘번개장터’사용자의 70%가 MZ세대이며, 그 밖의 중고거래 플랫폼의 주 이용고객도 MZ세대다.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용한 물건을 그냥 버리거나 낭비하지 않기 위해 중고거래를 하는 이도 상당수다.
 
MZ세대 중 상당수는 자신이 ‘에코워리어(eco-warrior)’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친환경을 지향하는 행동을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커피를 사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생활용품의 태반이 석유 파생 물질로 이루어진 현재 일상에서 제대로 분리배출을 하거나 쓰지 않는 전기 플러그를 뽑아두는 작은 행위 하나로부터 환경보호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386세대의 가치가 ‘민주화 전사’인 것처럼 이들은 '친환경을 위해 싸우는 전사'다.
 
글 : 구승준 번역가·칼럼니스트
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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