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손발이 시려 두꺼운 양말을 신고 손을 늘 주머니에 넣는다면 수족냉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인지 찾기가 쉽지 않다. 무턱대고 검사부터 하기보다는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원인이 될 만한 증상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자.
◇ 차가워지는 계절만 되면 "손발이 너무 시려요, 얼음 같아요, 양말을 신고 자야 해요"라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증상이 매우 심한 환자는 여름에도 손발이 시리다고 한다.
수족냉증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으로 이런저런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해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통으로 날씨가 추울수록, 잠을 잘못 잘수록,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찬물에 닿을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남성보다는 출산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 과체중보다는 저체중인 경우가 많다.
수족냉증은 진단명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혈액 순환장애이지만 이상 감각을 느끼게 하는 말초신경 질환, 체온을 떨어뜨리고 대사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갑상선 질환, 자가면역 장애로 인한 류머티즘성 질환, 경추와 요추의 협착증이나 디스크 등도 수족냉증의 원인 질환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각 질환에 해당 검사를 다 할 수는 없기때문에 진찰을 통해 의심할 만한 원인부터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원인인 레노병은 수족냉증을 일으키는 질환의 약 20~30%를 차지하며 일반적인 수족냉증 증상에 더해서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한 진동 자극으로 손가락이 흰색이나 자주색, 푸른색으로 변하게 된다.
나중에는 혈관의 반사적 확장 작용으로 오히려 손과 손가락이 빨갛게 변하게 되는데 간지럼증이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단순히 추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신체 내외적 자극에 증상이 유발되기 때문에 혈관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일반적인 혈액 순환제에는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근거중심의 의학적 처방은 칼슘채널차단제이다. 진단은 감별진단을 통해서 가능하므로 말초동맥 폐쇄질환, 류머티즘성 질환, 다발성 말초 신경병증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야 하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 말초동맥이 좁아지는 버거씨병
버거씨병은 대표적인 말초동맥 폐쇄질환이다. 단순한 혈액순환장애가 아니라 팔다리의 말초동맥이 실제로 점점 좁아지는 질환으로, 손목이나 발등, 오금 부위의 맥박을 촉지하여 의심할 수 있다.
맥파속도 및 발목-상완지수 검사부터 시작하며 이후 말초동맥을 직접 볼 수 있는 영상 촬영을 진행한다. 말초동맥의 협착이 심해지면 혈관 옆의 말초신경도 같이 손상되므로 이상감각, 경련(쥐), 신경 통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악화되면 주변 조직의 괴사를 일으킬 수 있고 족부 궤양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하면 절단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미리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 스키나 스케이트를 오래 타거나 흡연을 하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말초신경 질환인 다발성 말초 신경병증이나 손목터널증후군도 손발 시림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학 및 신경학적 진찰을 통하여 의심되는 경우라면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 검사를 실시해 진단한다.
특히 당뇨 환자라면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당뇨병성말초 신경병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른 검사보다는 우선적으로 신경학적 진찰을 한 후 필요한 부위에 신경전도 및 근전도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손 부위만 저리고 차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의 가능성도 있다.
주로 많이 쓰는 손에 증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양손 모두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밤에 자기 전 또는 새벽에 악화된다면 더욱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이 오래되거나 아주 심한 경우 엄지 손바닥 쪽의 근육 위축과 손의 힘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경구 약물, 손목 주사 및 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다. 당뇨나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닌 다발성 말초 신경병증의 원인은 매우 많아서 검사가 복잡하다. 술, 대사성 질환, 류머티즘성 질환, 염증, 이상단백질, 종양 등도 원인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혈액검사를 실시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 디스크, 협착증도 수족냉증의 원인
경추와 요추 부위의 디스크, 협착증도 수족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대칭적인 증상 발현이 많고, 경추와 요추 신경의 피부분절 분포 양상에 따라 증상이 발현하므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의심되는 경우에만 CT, MRI 같은 고가의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체온이 떨어질 수 있는 빈혈이나 갑상선 질환은 혈액검사를 통해서 진단할 수 있으므로 관련 질환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도록 한다. 수족 다한증 환자도 손발이 차가운 증세를 호소하는데 계절에 따른 변화 없이 항상 증상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수족냉증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땀 분비와 관련된 자율신경계 검사 및 대사성 질환에 대한 감별진단을 통하여 특이 소견이 없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항콜린성 약물 복용 및 해당 부위의 보톡스 주사, 수술을 통한 교감신경 차단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족냉증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율신경계 검사를 시행하고 검사 결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맞지 않는 자율신경부전 혹은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명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시행하는 자율신경계 검사를 받으러 내원하는 경우가 꽤 많지만 실제 진찰을 해보면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신체 증상이 동반되지 않아 단순한 스트레스성으로 보이는 환자가 적지 않다. 따라서 관련 전문의들의 이학적 진찰 및 신경학적 검사를 먼저 실시한 후에 필요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 복용하는 약부터 점검
수족냉증의 원인은 제각각이라서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매우 많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혈액순환제나 민간요법등으로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의학적인 치료와 예방법은 아니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일단 복용하는 약물부터 점검해보자. 혈관을 수축할 수 있는 편두통 약물 및 고혈압 약제인 베타차단제는 손발을 차갑게 할 수 있다. 또 과다한 진통제복용은 체온을 떨어뜨려 손발 시림을 유발할 수 있어서 과도한 복용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소 생활습관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음료가 체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커피나 녹차를 많이 섭취하면 따뜻하게 마시더라도 이뇨작용 때문에 오히려 혈관 수축을 유발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술도 문제다.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갈 수 있으나 폭음은 체온 조절 및 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간다.
스트레스와 수면은 수족냉증의 가장 흔하면서도 어려운 원인이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의 항진을 유발하여 혈관을 수축하게 한다.
항불안제나 수면제 복용은 의사나 환자 모두 처음부터 처방을 원하진 않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은 규칙적인 운동과 즐거운 취미 생활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모두 좋다.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특정 운동이 효과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몸이 긴장한다면 자신만의 스트레칭 요법도 좋고 40℃ 정도의 반신욕이나 수욕, 족욕으로 몸을 편안하게 해주도록 하자.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양말과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고 전신 체온을 올릴 수 있도록 따뜻한 복장이 도움이 된다. 꽉 끼는 신발이나 장갑은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므로 편안한 신발과 장갑이 좋다. 또 두꺼운 옷보다는 보온 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내복 같은 가벼운 옷을 겹쳐 있는 것을 추천한다.
진료하다 보면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떤 음식이 수족냉증 완화에 좋은가’이다. 증상 완화에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 좋지 않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더욱 좋다. 찬 음료를 담은 컵이나 캔을 만지면서 깜짝 놀랄 수 있고 섭취하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어서 차가운 음료는 되도록 피하고 카페인 음료는 혈관 수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한다.
기름지고 짠 음식도 고혈압 및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옳다. 흡연자라면 수족냉증의 원인이자 악화 요인인 담배를 끊어야 좋아질 수 있으니 반드시 금연하기 바란다.
글 : 홍지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