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증은 사춘기가 일찍 온 것을 말한다. 여아의 경우 8세 이전,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사춘기 증상이 시작되고 혈액검사와 성장판 검사에서 사춘기로 접어든 증거가 있을 때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의 증상과 치료 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치료에 대한 오해도 함께 알아보자.
◇ 성조숙증은 남아보다 여아에서 흔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아에서 8~10배 정도 더 많이 진단된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면, 즉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여아의 경우 최종 신장이 작아지고 초경이 빨라지며 이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또 어린 나이에 남들과 다른 발달로 인한 심리적 위축, 또래 집단과의 유대감 형성 약화, 사회적으로는 이른 나이에 성적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남아의 경우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지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이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여아의 경우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즉 신체의 다른 이상 없이 사춘기가 빨리 오는 중추성 성조숙증이 대부분이지만 남아의 경우(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음) 절반 정도에서 중추신경계 종양 혹은 뇌 구조의 이상 등이 발견된다.
따라서 남아에서는 성조숙증 치료보다 원인 파악이 더 중요하다. 성조숙증 치료 방법은 4주 혹은 12주 간격으로 주사를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6개월 제형이 출시되어 치료받는 환아의 사정에 맞춰 다양한 간격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성조숙증의 치료 효과는 여아의 경우 가슴 발달이 멈추거나 서서히 진행할 수 있으며, 초경을 미뤄 정상 성장을 돕는다. 성조숙증 치료를 하면 남녀 모두에서 뼈 나이가 천천히 진행하는 효과가 있다.
◇ 성조숙증 치료와 키 성장
성조숙증 치료 효과를 이야기할 때 많은 분이 오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성조숙증 치료를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 성조숙증 치료를 하면 최종 신장이 작아진다, 혹은 커진다, 성조숙증 치료 중에는 키 성장이 멈춘다 등이다. 이러한 오해는 기본적으로 정상 성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성장에서 사춘기는 제2급 성장기라 불리는 시기다. 제1급 성장기는 출생 직후이고 영유아기를 지나면서 일반적으로 1년에 4~7cm 정도 성장하며 사춘기에 접어들면 연간 여아는 8cm 전후, 남아는 10cm 정도 성장한다.
이렇게 급성장이 나타나는 이유는 성호르몬 분비, 즉 사춘기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성호르몬 분비는 사춘기의 시작을 의미하며 성호르몬은 성장판을 자극해 뼈 나이를 빨리 먹도록 하고, 동시에 뼈의 길이 성장을 촉진해 급성장을 유발한다.
그런 다음 여아는 초경을 하는 시기, 남아는 변성기가 오고 몽정을 하는 시기가 되면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한다. 이후 약 2년 정도 성장판이 서서히 닫히면서 성장 속도가 줄어들게 되어 연간 2~4cm 정도의 성장을 보이고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면 더는 성장하지 않는다.
사춘기가 오기 전, 즉 성호르몬 분비가 시작되기 전에도 아이들은 계속 성장한다. 갑상선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이 주 역할을 하며 여기에 성호르몬이 더해지면서 사춘기 급성장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조숙증 치료를 하면 키 성장은 어떻게 될까? 성조숙증 치료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므로 성조숙증 치료를 받는 환아는 급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사춘기 전 상태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여 연간 4~7cm 정도 성장하지만, 성장이 멈추지는 않는다.
동시에 성조숙증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늦추기 때문에(뼈 나이를 천천히 먹게 하기때문에)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간이 늘어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한다.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성조숙증 치료 기간이 길수록 최종 신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치료 효과로 인해 인위적으로 아이의 키를 더 크게 키우고자 성조숙증 치료를 생각하지만, 이는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자녀의 최종 신장은 부모의 신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성조숙증 치료는 환아가 가진 성장 여력을 회복해주는 치료이지 없는 성장 여력을 만들어내는 치료는 아니다.
성장에서 성조숙증이 미치는 영향과 성조숙증 치료에 대해서는 소아 내분비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절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이다. ‘잘 먹는 것이 잘 크는 것’이라는 말은 맞지만, 간혹 잘 먹는다는 것을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과체중 혹은 비만이 되도록 먹는 것은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잘못 먹는 것’이다. 과잉영양으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 질환이 성조숙증이다.
성장이라는 긴 과정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많은 부모님이 아낌없이 노력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잘 먹여서 건강하고 큰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님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과한 영양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알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아이들에게 절제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글 : 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내분비분과 교수
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