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몸무게만 줄이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길이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은 늘이면서 서서히 적정 체중까지 도달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비만도를 판단할 때 몸무게(kg)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를 흔히 사용한다. 이 체질량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보통 비만이라고 판단한다.
건강검진에서 비만으로 판정받으면 체중관리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리한 체중감량을 권하지 않는다. 엄격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동안 체지방은 그대로이면서 근육 위주로 체중이 빠지면, 곧 요요가 오고 이때는 체지방만 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요가 심할수록 사망위험과 골절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몸무게는 큰 변동 없이 유지하거나 증가하더라도 근육을 키우고 체지방을 줄인다면 건강에는 이득이 되지 않을까? 아래 이어지는 국내 빅데이터 연구 결과가 이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 근육량 줄고 지방량 늘면 대사증후군과 당뇨 위험 증가 국내 연구팀이 건강검진 수검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체성분의 변화가 대사증후군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을 때 지방을 제외한 부분, 즉 제지방량이 1% 증가했을 경우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20% 정도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팔다리는 근육량 1% 증가 시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38% 감소했다. 반면 체지방량이 1% 증가하는 경우 대사증후군의 위험도는 최고 25%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성은 체중이 증가하는 대상자에게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체중이 늘더라도 근육량 위주로 증가하면 대사증후군 위험은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 다른 연구에서는 비슷한 체중이라도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낮았으며, 당뇨 발생위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심혈관질환 위험 낮추려면 지방 줄이고 '근육 늘리고' 건강검진에서 근육량이 부족하고 체지방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라도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까?
국내 남녀 370만 명을 대상으로 2년간 체지방량과 근육량의 변화를 평가한 후 약 6년간 심혈관질환 발생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체지방질량지수가 1kg/㎡ 단위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는 남성에서 16%, 여성에서 32% 증가했다.
이에 비해 사지근육질량지수가 1kg/㎡ 단위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남성에서 24%, 여성에서 25% 감소했다.
◆ 근육량 적고 지방량 많으면 골다공증성 골절 위험 증가 비만은 만성질환, 심뇌혈관질환, 그리고 여러 암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높은 체중은 뼈에 대한 부하를 증가시킨다고도 알려져 있다.
골 형성을 촉진해 골다공증이나 골다공증성 골절에는 오히려 예방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료 중 "체중이 좀 나가야 골절 예방에 좋다"라고 알고 있는 환자들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최근 비만이 골절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도 나오면서, 단순 비만도보다는 근육량, 지방량과 골절위험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해졌다.
이에 국내 연구팀은 약 30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몸 전체 근육량, 팔다리 근육량, 체지방량을 추정해 이후 골절 발생을 관찰했는데, 몸 전체 근육량이나 팔다리 근육량이 많으면 골다공증성 전체 골절위험이 감소했다.
반대로 체지방량이 많으면, 특히 여성에서 골다공증성 척추골절 위험이 66%나 높았다. 몸 전체 근육량이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적은 그룹에 비해 총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위험이 남녀 각각 37%, 28% 낮았다.
즉, 몸무게 자체보다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골다공증 골절의 중요한 요인임이 확실히 밝혀진 것이다. 단순히 체중이 높은 게 아니라 지방보다 근육량이 많아야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심혈관 건강과 뼈 건강을 챙기고 대사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지방량은 줄이고 근육량은 늘려야 한다. 운동으로 살을 빼기 어렵다고 운동 없이 식이요법이나 단식을 심하게 하면 근육이 줄고 체지방이 증가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20~30대부터 적절한 단백질과 채소를 섭취하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 심혈관 건강과 뼈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다.
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글 :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