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43세의 초선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 "정치개혁보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이 책임지겠다."
2011년 12월 41세의 초선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내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이 비수처럼 꽂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총선 불출마했다. 두 사람 모두 공통점으로 40대 초반의 초선의원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연부역강(年富力强)하고 능력도 많아 전도가 유망했다. 불출마하라고 누가 등을 떠민 적도 없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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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을 탓하며 스스로 물러났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크게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대중들은 이럴 때 감동을 받게 된다. 이들의 총선 불출마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두 번의 대선에서 승리했다.
얼마 전인 10월 15일. 여당의 초선 이철희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국 사태는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나도 책임 있다. 의원 한 번 더 한다고 정치 바꿀 자신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문재인 영입 1호 초선 표창원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가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 무조건 잘못했다.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다."
이 둘도 불출마하라고 등 떠민 사람은 없었다. 하나같이 자발적 선언이다. 대중들은 이럴 때 신선함을 느낀다.
11월 5일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재선) "영남권, 서울 강남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나 험지 출마 바란다.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앞선 불출마 사례들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 본인이 불출마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불출마 기준도 본인이 만들었다. 자신은 빠지고 동료 의원들을 포함 시켜 불출마 압박을 가한다.
나는 3선이 아니고 재선이니 괜찮다는 안전망을 깔면서…작금의 자유한국당의 진영 간 불출마 요구충돌은 명분 싸움이 아니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돼!"라는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이 싸움을 보면 없는 것이 있다. 국민이 안중에도 없다. 한국당은 대범한 원칙으로 크게 정리정돈 하지 않으면 총선은 필패다. 대범한 원칙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매달리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