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짜게 먹는 것이 건강을 해친다는 말이 퍼지면서 저염식과 무염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무조건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소금은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문명의 발달로 농경사회가 되기 전 인류는 수렵을 통한 육류 섭취가 주요 먹거리였다. 인류는 육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금을 보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곡물 위주의 식생활을 하게 되었고, 소금의 섭취도 부족하게 되었다. 이후 소금은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되었다. 과거에 소금은 아주 귀해 '하얀 금'이라 불리었으며, 인류의 역사에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러한 흔적은 지금도 지명, 단어, 음식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월급을 영어로 'salary'라 하는데 이는 '병사에게 주는 소금 돈'이란 뜻의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다. 문명의 발달은 소금의 생산량을 급격하게 증가시켰다.
과거에 귀한 대접을 받던 소금은 대량 생산 이후에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소금은 무조건 적게 먹는 것만이 건강에 이로운 것일까? 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소금이 우리 건강에 해로운 이유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나트륨은 혈관 속으로 수분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서 혈관 속으로 수분을 끌어들이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소금의 과잉 섭취는 고혈압을 유발하게 된다. 소금의 과잉 섭취로 혈액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 발생한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일으킨다.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심부전 환자 역시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심장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이는 혈관 주변 조직으로 수분을 내보내게 되어 전신의 부종을 유발하게 되며, 특히 폐부종을 유발해 호흡 곤란을 유발하게 된다.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 환자에서 역시 소금의 과잉 섭취는 이와 비슷한 이유로 부종이 발생하게 된다.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우리 몸의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우리 몸은 넘쳐나는 나트륨을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려 하게 된다.
이때 몸속에 있는 칼슘까지 소변을 통해 같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러한 칼슘은 주로 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음식을 오랫동안 짜게 먹으면 위를 보호하는 점막을 자극하고 파괴해 위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태는 위암이 생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발암 물질의 작용을 쉽게 하여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또한,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짠맛이 과식을 유발하기 때문에 비만을 일으키게 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수분과 나트륨을 조절하는 콩팥에 무리를 주어 콩팥 기능이 더 나빠지게 된다.
따라서 비만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심부전, 만성콩팥병증, 간경화, 골다공증 등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소금을 조절해서 먹는 것이 필요하다.
◎저염식이 우리 건강에 항상 이로울까?
소금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내용이 널리 퍼지면서 저염식 혹은 무염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저염식이나 무염식이 건강에 항상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염분이 결핍되면 단기적으로 소화액의 분비가 잘되지 않아 식욕이 떨어지게 되고 장기적으로 전신 무력, 권태,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땀을 다량으로 흘려 몸의 염분이 소실될 경우 적절한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현기증, 의식 혼탁 등 육체적 혹은 정신적 기능 상실이 일어날 수 있다.
극단적인 저염식이나 무염식은 빈혈, 어지러움,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부족한 짠맛을 단맛에서 찾는 경향이 생겨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우리 몸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질이다. 나트륨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2,000mg 이하이며 소금으로는 6g 이하다.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평소 적정량의 소금을 섭취하는 식생활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대구 북부건강검진센터)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