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선출직이라는 완장에 대해서 머슴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선거 시즌이 지나면 머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4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철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하나의 과정이 되어버렸다. 이른 새벽 사거리에서 허리를 굽히며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던 그들의 전혀 다른 행동이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모 언론을 통해 알려진 법정의 충격적인 증인들의 군위군수에 대한 고백과도 같은 증언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어쩌면 조선 시대가 아닌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영만 군위군수의 3차 공판에서 쏟아진 증인들의 말은 "관급공사 공사비의 7~10%를 리베이트로 받아 군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행이고, 군수의 존재감은 공무원이 감히 말을 건네기도 힘들 정도다."라는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답답할 지경이다.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하고 증거와 근거가 확실한 증언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고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 통상적인지만, 오히려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법정의 서글픈 현실을 지켜보았을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뇌물수수 당사자인 군위군수를 비롯한 주변 정무직들도 이에 자유롭지 못한다는 주변의 회자 되는 말을 일축해 버리기보다 23개 시군 단체장과 그 주변들은 이를 다른 시군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무직으로 발탁된 그들은 분명히 선출직 단체장들의 귀와 입 그리고 손발이 되어 끊임없이 진언하고 살피며 깔끔한 주변 정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 민원 해결을 핑계로 선출직 단체장의 이름을 이용하려 든다면 스스로 자멸하는 결과는 너무도 자명하다.
역사를 통해서 초심을 잃고 백성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제왕의 초라하고 쓸쓸한 마지막을 접하곤 한다. 처음에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때 가졌던 초심을 김영만 군위군수는 어디에다 버렸을까?
그래서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애민정신으로 백성을 사랑했던 정조대왕을 떠올리는 것이고, 지방의 관리가 지켜야 할 내용을 담은 책으로 유명한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을 생각하며 청렴한 공무원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민심서를 통해 정약용은 지방의 수령들이 백성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 지방관리들은 백성들로부터 돈이나 식량을 거두어들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살기가 힘들어졌다. 목민심서는 수령들은 청렴해야 하고 백성들을 사랑하고 아껴야 할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선 시대나 지금의 지방자치제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있다면 조선 시대에는 지방관리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회가 없었다. 조선 시대와 달리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만 군위군수의 법정공방에서 우리는 청렴을 배워야 하고, 애민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출직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전혀 다른 모습을 이제는 더는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