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슬로건이다. 다시 말해 노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무노동 무임금' 슬로건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로연수(功勞硏修)중인 공무원들이 바로 주범이다.
공로연수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6개월부터 1년으로서 이 기간 일하지 않고 급여를 꼬박꼬박 받고 있어서 결국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면서 노사분규 현장을 단속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30~40년 동안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무관(5급)~서기관(4급) 직급으로 공로연수를 시작한 경우 대략의 연봉은 8천여만 원, 6급 이하 연봉은 보통 4~5천만 원이 된다. 이를 시간 외 수당 제외하고 각종 수당을 포함한 고소득자가 된다.
이러한 급여는 웬만한 직장인은 상상조차도 못할 돈을 엄청난 액수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 한번 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취미활동이나 노후를 위한 고민 말고는 달리하지 않으면서 매달 꼬박꼬박 받는 월급이다.
공로연수제도는 정년퇴직을 6개월부터 1년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적응 능력을 기르라고 1993년부터 시행하는 제도로서 현장에서는 사회 적응력 배양보다는 공무원 조직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로연수 기간 합동 연수과정이 상하반기 1주일 정도 운영된다. 이때 사회적응에 도움이 되는 강의나 세미나, 재취업과 노후설계 등 교육을 진행하고, 본인이 원한다면 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민간 연수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연수과정에 별도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공로연수 기간 공무원 신분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도 안 하는데 현업수당을 제외한 급여가 꼬박꼬박, 그것도 고액의 급여지급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상식적이다. 또한, 일반 기업의 노동자에게 철저하게 지켜지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이들에게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공로연수에 따른 비용을 모두 합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수천억 아니 조 단위의 국민 세금이 놀고먹는 안방 근무자에게 혈세를 지출하고 불합리를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공무원이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만 59세는 한창 일할 나이다. 그들이 수십 년 쌓아온 경험을 묵히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내가 승진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선배의 등을 떠밀어내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풍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지금은 정년 연장이 거론되는 시점이다. 국가의 재정이 어려운 시절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공무원에게 보상 차원의 공로연수제도가 이제는 혈세를 잡아먹는 거대한 공룡이 되어 국민이 납부한 세금을 야금야금 챙겨가고 있다.
언제까지 인사적체 해소의 수단으로 공로연수제도를 고집하기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혈세는 너무도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하루라도 빨리 공로연수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향후 고령사회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 젊은 공무원들은 적어도 62~65세 정년이 예상된다. 이제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야 하고 근거도 없는 무노동 유임금의 병폐를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